아침에 일어나보니 간밤에 눈이 엄청 많이 쌓였다. 일단 갈 길이 머니 커피를 내리고 식빵과 잼을 먹었다. 아 아이슬란드는 숙소마다 갈아진 원두와 커피 내리는 기계가 있어서 웬만하면 커피를 텀블러에 가득 채워서 아침에 출발 할 수 있다. 야심차게 한국에서 가져온 참치와 마요로 참치마요를 만들어서 식빵 안에 넣어서 먹었는데 뭐 특별히 맛있진 않고 그냥 정직한 맛이 났다. 당연하지만. ㅋㅋ 양상추랑 그런 식감이 너무도 그리운 순간이었지만 배는 든든히 채울 수 있었다.
데티포스를 향해 운전을 시작했는데 closed로 되어있긴 했어서 기대를 너무 하진 않고 출발하긴 했다. 그냥 깔끔히 포기하고 후사비크로 갈 수도 있지만 데티포스는 아이슬란드에서만 아니라 유럽에서 2번째로 큰 폭포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숙소에서 나오자 마자 일단 주유소가 있다길래 들렸는데 첨엔 그냥 집 같이 생겨서 헤맸다. 신기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엔 눈에 파묻혀서 그대로 버려진 차가 있는데 약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아이슬란드에서 차가 도랑에 빠지면 바로 꺼내주지 않고 며칠 뒤에 꺼내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근데 주유소 옆에 있던 차는 그냥 버려진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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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변의 집 같은 형태의 주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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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옆 버려진 차 한대 |
데티포스로 향하는 초입에서 closed로 표시되어 있던 도로가 실제로 가니 통제가 풀려있었기에 일단 도전하였고 자정 이후 처음으로 통과한 차가 되었다. 시간이 없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달렸는데 차가 반 바퀴 돌기도 하면서 갔었다.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위험하긴 했다. 주변에 별게 없어서 죽진 않겠지만 옆으로 차가 돌아서 눈에 빠지면 견인해야 해서 시간과 돈을 엄청 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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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데티포스로 향하는 길 초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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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도 지나가지 않은 데티포스로 향하는 길 |
진짜 위험했지만 안전하게(?) 도착을 했고, 주차장에서 데티포스 전망대까지는 또 꽤나 걸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만 들렀다가 바로 가보기로 했고, 옆에 셀포스라고 작은 폭포가 있는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그냥 패스하기로 하였다. 근데 그 순간 친구의 주머니에서 방 키가 나왔다.ㅋㅋ 다시 돌아가긴 힘들고 돈으로 배상하거나 택배로 주는 방법으로 하기로 하고 메일로 매우 매우 죄송함을 담아서 연락했다. 처음에 인터넷 상에서 아이슬란드 택배 비용이 2만원이라고 해서 가끔 방 키 가져간 사람에게 그냥 기념으로 가져가라고 하는 일화를 떠올리며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행복회로를 돌렸다. 하지만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고 나중에 후사비크에서 택배로 보내주었는데 몇 천원이면 해결됐었다. ㅎㅎ..
암튼 데티포스를 보기 위해 열심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고 전망대에 도착해서 이전에 보던 폭포와는 사이즈가 완전히 다른 광경을 보니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근데 우리는 겨울이라서 동쪽 전망대는 가보지 못했는데 동쪽이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괜히 전망이 덜한 곳에서 봤다고 생각하니 약간 아쉬움이 있었지만 충분히 거대함을 느낄 순 있었다.
다시 위험한 눈길을 달려서 후사비크로 향하였다. 다행히 후사비크 갈 때는 차가 도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근데 고래투어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엄청 빠르게 달리긴 했었다. 아이슬란드 바람이 너무 강하다보니 차가 좀만 빨리 달려도 한국과 다르게 풍절음이 커서 위험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바람이 많이 불면 흔들리면서 위험하겠다만...ㅋㅋㅋ 암튼 그렇게 달려서 예상 시간보다 6분 정도 단축하여 도착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듯 보였다. 집결시간보다는 일찍 도착하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꽤나 일찍 도착한 듯 했다.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점프슈트를 입고 멀미약을 하나 챙겨 먹고 대기를 하였다. 지각하는 인원들이 있기에 꽤나 기다렸지만 사진도 여유롭게 찍고 풍경도 구경하느라 오히려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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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사비크 고래 투어 집결지의 항구 및 설산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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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함께 점프 슈트를 입고서 찍었던 사진 |
좀 놀다 보니 모두 도착하여 배에 탑승을 하기 시작했는데 점프 슈트 위에 방수 자켓을 또 입게 했다. 패딩에 점프 슈트에 방수 자켓까지 입으니 정말 불편하긴 했다. 엄청 답답하고 좀 덥기도 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지만 한 2시간 정도 배를 타다보니 이게 맞구나 깨달았다. 바닷물도 엄청 맞기도 하고 바람도 강하다 보니 엄청 추워졌다. 그리고 소금물을 맞다보니 기존의 옷과 장갑에 묻는다. 장갑은 어쩔 수 없지만 패딩은 방수 자켓으로 잘 덮어서 안 묻게 해야 한다.
가이드가 마이크에 대고 풍경과 함께 관련 설명을 해준다. 처음엔 좀 듣다가 나중엔 그냥 멍 때리게 된다. ㅋㅋ 가이드도 초반에 열심히 설명해주다가 한 시간쯤 지나면 다들 지치고 자다 보니까 적당히 말하고 그랬다. 고래 투어인데 투어가 끝나갈 때까지 고래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 보니까 그냥 다들 의욕이 사라지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초반이랑 중간 중간 예쁜 풍경들을 보면 힐링이 되긴 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고래를 추적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면 동태 눈깔이었던 사람들 모두 살짝 초롱초롱 변하긴 했지만 계속 고래는 안 보이니 그냥 풍경에만 집중하고 그랬던 것 같다.
결국은 고래를 보지 못하고 투어가 끝났고 다음에 돌아오면 공짜로 다시 하게 해준다고 하며 마무리 되었다. 서양인들이 내릴 때 땡큐라고 하면서 내리는게 꽤나 젠틀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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