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링로드 여행기 - 3일차 : 웨스트혼(Vesturhorn), 세이디스피외르뒤르(Seyðisfjörður), 스투드라길 협곡(Stuðlagil)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아이슬란드의 이른 아침은 사실 한국의 오후라서 특히 더 쉬운 것 같다. 처음으로 숙소에서 조식을 먹어보았다. 아이슬란드의 조식은 유제품이 많은 것 같다. 시리얼은 일단 단 맛이 아예 없어서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제품류는 다 맛있게 먹었다. 

조식 종류들, 특히 수저 옆에 요거트와 동그란 치즈 중 중간에 있는 것이 맛있었다.

  어제는 비바람이 엄청 불더니 아침엔 날씨가 좋아졌다. 하지만 바람은 사실 거의 항상 분다. 뭐 근데 그건 풍경에는 전혀 영향을 주진 않아서 문제 없긴 하다. 아침에 조식을 먹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는 데다가 밖을 봤더니 빙하가 보여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었다. 항상 아이슬란드는 나에게 상상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풍경이 더 기대됐었고 여행 기간 동안 한번만이라도 오로라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 갈 장소는 웨스트혼이다. 정규민이라는 인플루언서가 가봤다는 곳인데, 사진이 너무 예쁘고 외계 행성 같아서 한번 가보고 싶어서 저장해둔 곳이다. 

  가는 길에 갓길에 주차를 하고 말을 찍고 있는 외국인 커플을 발견해서 우리도 따라서 세웠다. 아이슬란드 여행 블로그를 보면 풀 뜯어먹는 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확실히 운전을 하다 옆을 보면 많이 보인다. 이번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길래 멈춰보았다. 아이슬란드는 아무데나 갓길 주차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말들 옆에 주차를 한 모습
말들 옆에 주차를 한 모습

  아이슬란드는 가축들을 다 방목해서 키운다고 한다. 근데 과도한 방목으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는 문제점도 있다는데 매우 광활하다보니 아직은 큰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나보다. 말들은 생김새가 매우 특이하다. 갈퀴가 상당히 찰랑거리고 좀 길다. 꽤나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인다. ㅋㅋ

  다시 열심히 가다보니 웨스트혼의 주차비를 받는 viking cafe에 도착을 하였다. 사유지라서 주인이 만원 정도의 요금을 받는데 풍경을 보고 나니 그 만큼의 돈을 받을 만한 것 같다. 카페에서는 다양한 카페 음식들을 팔고 옷도 팔아서 구경해봤는데 니트 하나에 몇십 만원 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던 기억이 있다.ㅋㅋ 

  암튼 그렇게 요금을 내고 명함 같은 곳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뷰 포인트로 가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알아먹기가 힘들다. 근데 그냥 카페 옆에 쭉 평지?가 이어진 곳에 차단기가 있으면 그곳이 맞다. 아마 성수기에 가면 사람들 가는 곳으로 따라가면 될지도. 우리가 갔을때는 비성수기이다보니 엄청 유명한 관람 명소가 아니면 사람이 별로 없었다. ㅋㅋ 장점이자 단점. 그렇게 차단기를 지나서 뷰포인트 2개 중 첫번째 장소에 주차를 하고 나가보려하는데 바람이 차 문짝이 떨어질 정도로 불어서 둘 다 겁먹고 다시 들어와서 마음의 준비와 지퍼, 장갑 등 대비를 하였다. 비가 안오니 그래도 춥진 않아서 괜찮았는데 검은 모래가 바람에 날려서 불어오니 바람을 등지고 가는거 아니면 온 몸으로 맞게 되었다. 그래서 사진 찍을 때만 제외하고는 뒷걸음질 치거나 했다. 아 아니면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걷거나 아래처럼 계란 귀신이 되면 된다.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만반의 대비를 한 그의 모습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만반의 대비를 한 그의 모습

  암튼 참 풍경 하나는 기가 막힌 곳이었다. 웨스트혼을 배경으로 찍으려면 계속 모래 바람을 맞아야 했지만 나름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귀와 입, 얼굴 모든 곳에서 검은 모래가 나왔지만...좋았다. 이때 양털자켓이나 그런거 입으면 절대 안 될듯 하다. 아래는 찍었 사진과 영상들이다. 역동적인 느낌을 잘 느낄 수 있길.

웨스트혼 풍경 사진
웨스트혼 풍경 사진

웨스트 혼에서의 단독 사진 1. 앞을 보기 힘들다.
앞을 보기 힘들다.

웨스트 혼에서의 단독 사진 2. 나름 앞을 잘 보는 맘에 드는 사진
나름 앞을 잘 보는 맘에 드는 사진  

웨스트혼 좀 높은 곳 올라가서 단독 사진 1. 좀 힘들어 보이는지도
좀 힘들어 보이는지도

자유로운 포즈 + 모래 안 맞는 포즈
자유로운 포즈 + 모래 안 맞는 포즈

이 사진은 바람이 잘 느껴지는 듯
이 사진은 바람이 잘 느껴지는 듯


  좀 더 차를 타고 들어가면 2번째 뷰 포인트가 있긴한데 첫번째보다 덜한 것 같기도하고 크게 다를건 없었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스투드라길 협곡을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살짝 빠지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스케이트 보드 타고 나오던 구불구불한 길이랑 구푸 폭포가 나오고,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이 나온다. 근데 전날에 눈이 좀 왔어서 가는길이 icy하다고 적혀있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협곡 주변의 도로도 확인해보았는데 일단 지름길인 1번 국도가 아닌 곳은 closed였고, 1번 국도로 가는 곳도 unknown, closed로 되어있어서 좀 걱정이 되었지만 뭐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리기도 하여 일단 계속 확인해보기로 하며 출발했다. 도로 사정은 전용 어플을 다운 받아서 봐도 되고 그냥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도 된다. 

  차를 타고 가는데 역시나 풍경이 참 예뻤다. 산의 형태가 바람의 침식 작용 때문인지 사선형태로 무늬가 일정하게 생겨져있었고, 빗면의 색깔이 엄청 다양한 산들도 있어서 아름다웠다. 

풍경이 예뻐서 멈출 수 있길래 바로 멈춘 곳. 바람 역대급이었던 기억이 있음.
풍경이 예뻐서 멈출 수 있길래 바로 멈춘 곳. 바람 역대급이었던 기억이 있음.

갈라짐이 좀 신기하고 약간의 푸릇함이 예뻤던 언덕
갈라짐이 좀 신기하고 약간의 푸릇함이 예뻤던 언덕

바람 방향인지 사선으로 신기하게 침식이 일어난 산
바람 방향인지 사선으로 신기하게 침식이 일어난 산

마찬가지로 사선 방향의 산과 바다
마찬가지로 사선 방향의 산과 바다

그냥 예쁘길래 넣어봄
그냥 예쁘길래 넣어봄

뭔가 신성한 느낌이랄까? 암튼 예뻤음
뭔가 신성한 느낌이랄까? 암튼 예뻤음

사진은 그래도 하나 남겨봄
사진은 그래도 하나 남겨봄

  이렇게 풍경 구경도 하면서 93번 도로를 타고 눈이 엄청나게 쌓인 곳을 지나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로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하나 뿐이라 막히면 큰 일이긴 했음. 그래도 왔는데 찍고 가야지.ㅋㅋ 눈이 쌓였던 말던 일단 그냥 고 했던 여행이었다. 근데 신기했던 건 엄청 큰 화물트럭도 다니고 빠른 속도로 구불구불한 길을 그냥 질주하는 차도 있고 했다. 보는 내가 무서웠음. 암튼 그렇게 마을에 도착했는데 엄청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작은 마을이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하고 아름다웠다. 친구는 여행이 끝나고 여기가 꽤나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했다. 마을에 할만한 컨텐츠는 없긴 했어서 피크닉 테이블에 가서 어김없이 전투식량을 꺼내 먹었다. 여행 중 이때 한번 가열제가 불량이어서 물이 안 끓었는데 난감했지만 그냥 친구꺼 이어서 쓰니까 설익은 느낌으로 나쁘진 않았다. 근데 불량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일단 들고 차에 탔다. 진짜 하나 뿐인 길이 막히면 하루가 통째로 일정이 꼬여버려서 먹으면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유명한 구푸 폭포를 찾아봤는데 내려올 때는 안 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마을을 넓게 찍어본 전경
마을을 넓게 찍어본 전경

점심 먹던 장소에서 하교하는 아이들과 마을 풍경
점심 먹던 장소에서 하교하는 아이들과 마을 풍경

  구푸 폭포에는 전문 장비를 들고 사진 찍는 외국인이 있었다. 우리가 가니까 살짝 자리를 비켜주긴 했는데 계속 대기하고 있길래 일단 빠르게 사진만 찍고 나왔다. 폭포가 일부 얼어서 있는게 꽤나 예뻤다. 그리고 도로로 다시 나와서 월터가 스케이트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의 도로에서도 사진을 찍어봤는데 포즈를 어떻게 할지 애매해서 그냥 달리는 포즈를 했다. 생각해보면 스케이트 보드 포즈를 해야하는데ㅋㅋ 그냥 찍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도록 하자. 영화도 사실 옛날에 본거라 거의 기억도 안나는 걸...

구푸 폭포와 청록색의 물, 그리고 엄청난 두께의 눈
구푸 폭포와 청록색의 물, 그리고 엄청난 두께의 눈

영화에 나오는 도로 풍경
영화에 나오는 도로 풍경

일단 뭐라도 포즈를 잡고 찍은 나와 도로
일단 뭐라도 포즈를 잡고 찍은 나와 도로

  사진을 찍고 빠르게 오늘의 마지막 장소인 스투드라길 협곡으로 출발했다. 일정이 좀 밀려서 협곡에 5시 30분쯤 도착할 예정이었고 그럼 저녁은 늦게 먹고 늦게 잘 수 있으니 빨리 빨리 움직였다. 도착해서 전망대로 열심히 가보니 전망대 한 군데만 열려있고, 그렇다고 반대편 전망대는 진짜 엄청 걸어야 해서 여기서 살짝 구경하고 가자고 했다. 뭔가 생각보다 잘 찍은 사진들을 보고 이걸 보니 감흥이 있진 않았다. ㅋㅋ 그래도 물 색깔도 예쁘고 주상절리도 신기하게 형성되어 있고 괜찮긴 하다. 

협곡 오른쪽 풍경
협곡 오른쪽 풍경

협곡 왼쪽 풍경
협곡 왼쪽 풍경

일단 사진 찍기만 하자 하고 감흥 없는게 티남
일단 사진 찍기만 하자 하고 감흥 없는게 티남

그래서 하나 더 찍음
그래서 하나 더 찍음

  찐 일정을 마치고 이제 저녁을 먹고 쉬러 숙소로 열심히 갔다. 근데 가는 길에 정말 새하얀 풍경의 도로가 쭉 이어진게 보였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서 새하얀 눈에 파묻혀 보는게 있었는데 이때 해봐야 한다 하고 주차장 보이자 마자 멈춰 섰다.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있으면 지점마다 눈 쌓인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여기 눈은 약간 녹았다가 얼었다보니 좀 딱딱해서 별로긴했다. 담에 좋은 스팟 찾아서 다시 찍어야지 하고 다시 출발했다.

사진엔 딱히 광활한 느낌은 안 담기는 것 같다.
사진엔 딱히 광활한 느낌은 안 담기는 것 같다.

나무 의자 옆에 눈이 한 50cm 쌓여있었다
나무 의자 옆에 눈이 한 50cm 쌓여있었다

뭔가 원하는 느낌의 사진은 아니긴 한데 암튼 찍고 싶었음
뭔가 원하는 느낌의 사진은 아니긴 한데 암튼 찍고 싶었음

  항상 숙소를 들어가는 길은 오프로드여서 웅덩이도 많고 흔들거렸다. 오늘 숙소는 이 주변에서 가장 싼 숙소라고 하는데 사실 링로드 돌면서 남부에서 벗어나면 숙소가 그다지 많진 않은거 같다. 내가 숙소 안 찾아봐서 잘 모르긴함... 암튼 근데 숙소 근처 도착하고 나니 동네가 엄청 작고 예뻤다. 염소인가 동물 한마리 하고 개들이 있었는데 온순해서 만질 수 있었다. 동물들도 그렇고 풍경이랑 같이 찍으면 너무 분위기가 조흘 것 같아서 삼각대를 세워두고 동물 친구들을 유인해서 동영상을 찍어봤다. 근데 난 사람을 좋아해서 막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먹을거 있는 줄 알고 오는 굶주린 애들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 도착해서 보였던 염소로 추정되는 아이
처음 도착해서 보였던 염소로 추정되는 아이

순순히 유인되어 따라왔던 순간
순순히 유인되어 따라왔던 순간

알고보니 먹이인줄 알았는지 무릎을 물어보더라
알고보니 먹이인줄 알았는지 무릎을 물어보더라

  동영상에서 염소가 지키고 있는 곳이 숙소의 문이다. 체크인 하는 곳이랑은 아예 건물이 떨어져있었다. 암튼 다 놀고 숙소를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어떤지 봤는데 동네에서 가장 싸다고 하기 뭐할 정도로 시설이 엄청 코지하고 좋았다. 숙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었고 장작도 피울 수 있고 주방 시설과 거실, 샤워 시설이 엄청 잘 되어있는 가정집 같은 곳이었다. 첨엔 중국인 2명이랑 우리만 있었어서 엄청 편했는데 잘 때 되니까 서양인 2팀이 더 들어오긴 했다. 자느라 어차피 의미는 없었지만... 아래는 숙소의 자세한 사진들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다양한 3분 요리들로 끼니를 해결했다. 약간 물리는 맛이긴한데 그래도 나름 맛있어서 여행기간동안 먹기엔 훌륭하다.

  중국인 2명이 옆방을 쓰는데 우리가 저녁 먹을때 거실에서 김수현 기자회견 영상을 한국어로 보고 있었다. 자막을 중국어로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우리가 말실수를 할까 싶어서 괜히 조심하게 됐다. 김수현이 중국에서 꽤나 유명한가 보더라. 암튼 그렇게 저녁을 다 먹고 양치를 하는데 그제서야 중국인분들이 식탁에 덩그러니 있던 의문의 샌드위치였던 것을 먹고 있었다. 준비해뒀는데 우리가 저녁을 먹길래 그냥 기다린 것인지 뭔가 편견과 다르게 엄청 조용하고 착한 것 같았다. 

  저녁먹고 누워서 잠시 정비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대학원 원서를 좀 써볼까 고민을 했다. 여행을 갔다와서 한 일주일 뒤에 원서 마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이 되니 너무 피곤해서 대강 일기만 작성하고 잤다. 그리고 새벽 3시쯤 오로라 지수가 좀 높아서 일찍 일어나야 했다. 밤 10시쯤 잠들기 전 한번 창밖을 확인해 봤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오고 있었어서 기대는 안했다. 밤만 되면 눈이 오는데 그래도 낮에 와서 관광지 못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다음 날은 꽤나 링로드에서 중요한 관광 명소인 데티포스를 보러 가야하는데 계속 길이 안 좋아서 걱정이 됐다.

  그리고 역시나 새벽에 일어나서 밖에 나와봤지만 오로라는 보이지 않았다. 눈은 그쳤었는데 구름이 너무 많아서 별 조차도 보이지 않는 하늘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아쉬웠다. 그래도 아직 남은 날이 많아서 다시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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